묵상

우익의 궐기는 누가 주도할 것인가?

PrayerShin 2016. 11. 26. 11:21

그러면, 이러한 우익의 궐기를 누가 주도할 것인가? 이미 앞에서도 시사했었지만 이러한 우익의 궐기는 정부도 군부도 주도할 수가 없게 되었다. 민간 우익세력만이 주도가 가능하다. 그리고 이번의 우익 궐기가 좌익의 제압·제거라는 목표 달성에 효과적이려면 민간 우익세력 중에서도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춘 세력이 주도를 해야 한다.

 

첫째로 일반 국민 대중에 대해 강한 사상적 및 윤리적 설득력을 갖춘 세력이어야 한다. 이제부터의 좌익과 싸움은 사상의 싸움이며 대중을 누가 더 강하게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느냐의 싸움이다. 따라서 우익의 궐기를 주도할 세력은 우익 중에서도 이론 무장이 잘 되어 있어서 대중에 반좌(反左) 궐기의 필요성을 쉽게 인식시킬 수 있고, 대중 앞에서 전개되는 좌익과의 이론 투쟁에서 좌익을 압도할 수 있는 세력이어야 한다.

또한 그들은 공·사생활에 있어서 윤리적인 흠결이 없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지난날 독재에 기생했고 부패에 동참했으며, 오늘날에도 대중의 빈곤과 소외의 아픔을 외면하고 저만 잘 살려 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이론 무장이 잘 되어 있더라도 대중에 대한 호소력을 가질 수 없다. 그런 사람들이 우익 궐기의 전면에 나서면, ‘저 사람들이 또’라는 회의감을 불러 일으킬 뿐이다.

 

둘째로 우리 사회의 모순과 비리를 교정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개혁의지가 확고한 세력이어야 한다. 좌익의 도전에 대응하는 우익의 궐기는 우리 사회의 기존구조와 각종 기득권·기득이익을 보호하려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우익의 궐기는 일차적으로 좌익의 제압·제거에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향후 내부로부터의 좌익의 위협을 받지 않을 건강한 사회가 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현재의 우리 사회는 어떤 면에서 보면 혁명적 좌익분자들을 생산해 내기 좋은 조건을 갖고 있는 사회라 할 수 있다. 사회 각 분야에 모순과 비리가 많아 그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분노가 젊은이들을 좌익혁명가의 길로 안내하고 있으며, 그런 것들에 분노하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좌익들의 ‘뒤집어엎자’는 주장에 박수를 보내게 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 상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좌익과의 싸움에 나선다면 우익의 승리가 보장될 수 없다. 따라서 좌익의 도전을 물리치기 위한 우익의 궐기를 주도할 세력은 개혁의지가 확고하며, 개혁의 프로그램을 선명하게 제시할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이론’으로 무장해야 싸움에서 이긴다

 

셋째로, 자유민주주의를 실천하려는 의지가 강한 사람들이어야 한다. 좌익의 조건을 물리치기 위한 우익 궐기의 목적은 이 나라의 요지부동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실천하는 데 있다. 때문에 우익 궐기를 주도할 세력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회의를 갖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방해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비록 그 방해 세력이 같은 우익진영의 세력이라 할지라도 그에 단호히 맞서 싸울 태세를 갖춘 세력이어야 한다.

또한 지난날 이 나라의 우익 운동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파괴하는 독재정권을 도와주었다는 좋지 않은 기억이 이 나라 국민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우익 운동과 관련된 이러한 국민의 좋지 않은 기억을 씻어주지 않는다면 우익의 궐기는 대중의 광범한 지지를 받을 수 없다. 때문에 우익의 궐기를 주도할 세력은 국민의 뇌리에 있는 그러한 좋지 않은 기억을 씻어줄 수 있도록 경력과 행동방식에 있어서 자유민주주의 실천의지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우익 내에서 이러한 세 가지 조건을 갖춘 세력을 우리는 ‘신(新)우익’ 또는 ‘개혁적 우익’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지난날 이 나라의 우익주도자들 중에는 이론 무장이 제대로 되어 있지 못하고 경력과 생활면에서 윤리적 흠결이 많으며 개혁의지가 희박한 사람들이 많았다.

 

또 그들 중에는 자유민주주의에 반대되는 독재에 협력한 사람들도 많았다. 이런 사람들을 우리는 ‘구(舊)우익’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이들 ‘구(舊)우익’이 우익 궐기를 주도하면 그 결과가 성공할 수 없는 것이 오늘의 상황이다.

 

좌익의 도전을 물리치기 위한 우익의 궐기에는 신우익과 구우익의 구별이 있을 수 없고, 여권 우익과 야권 우익의 구별이 있을 수 없다. 이 나라의 모든 우익세력이 단합하여 궐기해야 한다. 다만 그러한 우익의 궐기가 좌익을 제압·제거하는 목적을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우익·개혁적 우익이 우익 궐기의 전면에 나서서 그것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후기):오늘날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좌익의 우익에 대한 공격이 강화되고 있는 실정에 비추어 볼 때, 이 같은 글은 필자로 하여금 좌익으로부터의 여러 가지 핍박을 받게 할 것이다. 우선 좌익과 속물적 리버럴리스트들은 필자를 매카시스트라고 매도할 것이다. 필자는 결코 매카시스트가 아니며 매카시스트를 혐오하는 사람이지만, 그들은 필자를 그렇게 매도함으로써 지식인 사회에서 필자가 고립되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극렬한 좌익들은 필자에게 심리적 및 신체적 피해를 주기 위한 각종 조치들을 취할 것이다. 이러한 좌익으로부터의 핍박에서 필자를 구해 줄 제도나 세력은 이 나라에는 아직 없다. 정부는 지금 그런 일을 해 줄 의욕도 능력도 갖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우익세력도 아직은 조직화되지 못하여 그러한 핍박을 막아 줄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러나 필자는 모든 양심적인 애국적 지식인이 좌익으로부터의 핍박이 두려워 좌익의 도전을 경고하지 못하고 우익의 궐기를 촉구하지 못한다면 이 나라의 장래가 너무 암담하다는 생각 때문에 이 글을 썼다.

 

우익의 나라에서 우익의 궐기를 주장한 지식인이 핍박을 받아야 한다는 아이러니가 역겹고 전율스러울 뿐이다.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webmaster@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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